글쓴이 창발 조회 54 조회 날짜 19-04-15 14:52

나가르주나는 ‘불변하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모든 것이 공하다’라는 생각과 동일시했으나, ‘불변하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결코 모든 것이 공하다는 사고로 연결되지 않는다. 자신의 현상에 따라 매개적으로 형성되는 인간의 자아라는 ‘변화하는 실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철학에서 ‘자아’는 물자체, 신과 함께 실체의 중요한 범주 중의 하나인데, 자아가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고 해서 자아가 공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엉뚱한 사고이다.


철수가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단지 인연의 산물이라고 해서 철수의 실체로서의 자기동일성 혹은 자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자아는 우리가 ‘나는 생각한다’라는 식으로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언어에 의한 문법적 착각 때문에 생긴 형이상학적 사유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가르주나의 사상에서 발견되는 첫 번째 오류는 ‘실체’에 대한 전통적 정의에 입각한 오류이다.


실체를 정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실체를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자적인 존재”, 혹은 “그 자신이 다른 것의 원인이지만 다른 어떤 것이 그 자신의 원인이 될 수 없는 존재”로서 정의하는 전통적인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실체를 “성질,작용,관계 등의 현상을 통해 그것을 받들고 있는 기체”로서 정의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그리고 실체에 대한 이해에 있어 전자의 길과 후자의 길이 철학의 과거와 현재 및 미래를 나누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실체에 대한 전자의 정의에 의하면 단지 인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철수를 실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황당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서 실체는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자적인 존재”로써 정의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체에 대한 후자의 정의에 의하면 설사 철수가 어떤 인연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실체로서의 철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철수가 비록 어떤 인연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철수의 성질, 작용, 관계 등의 현상을 통해 그것을 받들고 있는 기체인 실체로서의 철수의 자아가 존재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체에 대한 후자의 정의에 의하면 우리는 어법상 주어에 해당되는 어떤 것이 생명체인 한, 비록 그것이 어떤 인연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실체가 그에 대응하여 존재한다고 주장하는데 아무런 오류도 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생명현상에 대해 그 원인이자 기체인 실체를 주어로 두고, 모든 생명현상을 술어로써 설명해야 한다.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실체에 대한 후자의 정의에 의하면 ‘불변하는 실체’는 성립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명현상의 원인이자 기체가 되는 것이 곧 실체인데, 생명현상이 그 생명이 죽을 때까지 변화하며 계속되는 한 불변하는 실체라는 것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매개적이고 반성적인 자기의식을 가진 인간의 경우 현상과 실체는 끊임없이 피드백하면서 새로이 형성되므로 불변하는 실체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불변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인연의 산물이라는 점을 들어 모든 것이 공하다고 주장한 나가르주나의 주장은 명백한 오류이다.


‘항존성으로서의 실체’를 전제로 한 사유체계는 ‘변화로서의 실체’가 설명되면 모두 뒤집어진다.


나가르주나의 사상에서 발견되는 두 번째 오류는 ‘실체’와 ‘실재’의 혼동이다. 사실 불변하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존재하는 ‘실재’를 부정하려는 것은 철학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오류이다.


실체는 모든 생명현상의 원인이자 기체이면서 생명의 원리가 되는 것을 말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을 생명의 원리라는 의미에서 ‘영혼’이라고 불렀다.


반면에 ‘실재’는 눈앞의 현상과 그 원인이자 기체인 실체를 포함하여 ‘실재하는 존재’로서, 현상과 실체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현상’이 존재하는 한 ‘실재’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현상의 원인이자 기체인 실체 또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불변하는 실체’는 전통철학의 오류였을 뿐이다.


따라서 불변하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든 것은 공하다’는 공사상의 결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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